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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굿뉴스 포스터

    2025년 10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굿뉴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블랙 코미디 스릴러다. 1970년 일본항공 351편 공중 납치 사건, 일명 요도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변성현 감독 특유의 감각적 연출과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불한당, 킹메이커, 길복순으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온 변성현 감독이 이번에는 납치된 여객기를 한국 땅에 착륙시키기 위한 기발한 작전을 그려낸다. 설경구, 홍경, 류승범이라는 화려한 캐스팅에 야마다 타카유키 등 일본 배우들까지 합류하며 한일 합작의 스케일을 자랑한다. 136분의 러닝타임 동안 정치적 음모와 첩보전, 그리고 인간 군상의 욕망이 복잡하게 얽혀 펼쳐진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이 영화는 역사적 비극을 블랙 코미디로 재해석하며 독특한 관람 경험을 선사한다.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이미 작품성을 입증받은 굿뉴스는 넷플릭스 한국 영화 라인업의 또 하나의 야심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화와 허구의 경계에서 탄생한 이야기

    1970년 3월 31일, 일본 공산주의 학생 단체인 적군파가 일본항공 351편을 납치하여 북한으로 향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탑승객 129명을 인질로 삼은 이 사건은 당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영화 굿뉴스가 주목한 것은 납치범들이 아니라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상에서 고군분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변성현 감독은 이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재현하는 대신, 사건이 뉴스가 되기 전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창작 방식을 택했다. 영화는 정체불명의 해결사 아무개, 정보국장 박상현,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이 김포공항을 평양공항으로 위장하여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려는 기발한 작전을 펼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는 실제 역사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감독의 상상력이 덧붙인 허구지만,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정치적 상황을 섬세하게 반영하고 있어 설득력을 얻는다. 변성현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요도호 사건이 비극이지만 동시에 블랙 코미디였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영화의 톤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극한의 긴장 상황 속에서도 인간들이 보여주는 어리석음과 욕망, 그리고 기발한 해결책들은 웃음과 풍자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영화의 시각적 완성도도 눈에 띈다. 변성현 감독은 진짜 같은 비행기 세트를 위해 미국에서 보잉 727 폐비행기를 직접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 비행기를 3~4등분으로 나누어 배에 싣고 한국으로 들여온 뒤 촬영에 활용했다는 일화는 제작진의 디테일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실제 비행기의 질감과 공간감은 관객들에게 현장감을 더하며, CG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사실성을 부여한다. 이 외에도 영화는 대한민국 공군의 협조를 받아 실제 군 시설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공항 배경과 비행기 외관은 대규모 CG 작업이 투입되었지만, 핵심 장면들은 실제 로케이션에서 촬영되어 리얼리티를 확보했다. 이러한 제작 과정은 웬만한 블록버스터 수준의 투자와 노력이 들어갔음을 짐작케 한다. 캐스팅도 영화의 중요한 자산이다. 설경구는 불한당, 킹메이커, 길복순에 이어 변성현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춘다. 이미 검증된 케미스트리를 바탕으로 아무개라는 미스터리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홍경은 이 작품을 위해 5개월간 근육을 만들며 엘리트 공군 중위의 모습을 준비했다. 류승범은 6년 만의 영화 복귀작이자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캐릭터와 서사, 그리고 변성현 감독의 연출력

    영화의 중심 인물은 정체불명의 해결사 아무개다. 설경구가 연기한 이 캐릭터는 스스로를 그냥 아무개라 부르라고 말하며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긴다. 빠른 두뇌 회전으로 위기 상황을 판단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그는 정보국장 박상현의 책사 노릇을 한다. 아무개는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다. 그는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어떻게든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켜 인질들을 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가 보여주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위기 대처 능력은 영화의 가장 큰 재미 요소다. 설경구는 이 복잡한 캐릭터를 절제된 연기로 소화한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그의 연기는 아무개라는 캐릭터에 신뢰감을 부여한다. 홍경이 연기한 서고명은 아무개와 대비되는 인물이다. 엘리트 공군 중위인 그는 원칙을 중시하고 규칙을 따르려 한다. 하지만 전례 없는 위기 상황 속에서 그 역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명령에 따를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판단을 믿을 것인가. 서고명의 성장과 변화는 영화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홍경은 근육질의 몸과 군인 특유의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캐릭터의 외형을 완성했을 뿐 아니라, 내면의 갈등을 표정과 눈빛으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류승범이 맡은 정보국장 박상현은 이 작전의 총책임자다. 정치적 압박과 시간의 제약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그의 고뇌는 리더십의 무게를 보여준다. 류승범은 6년 만의 복귀작답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영화의 서사는 크게 세 개의 레이어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납치범과 승객들의 대립이다. 두 번째는 지상에서 진행되는 아무개 팀의 비밀 작전이다. 세 번째는 한국과 일본 정부 사이의 외교적 줄다리기다. 이 세 가지 레이어가 교차 편집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변성현 감독의 연출력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이 복잡한 서사를 명쾌하게 정리해내는 능력이다. 여러 공간과 인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지만, 관객은 혼란스럽지 않다. 각 장면은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전체 서사의 흐름에 기여한다. 특히 김포공항을 평양공항으로 위장하는 과정을 그린 시퀀스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간판을 바꾸고, 한글을 지우고, 북한식 선전물을 설치하는 과정이 경쾌한 음악과 함께 빠르게 전개된다. 이 장면은 마치 하이스트 무비의 준비 과정을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블랙 코미디적 요소도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다.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 웃음은 가볍지 않다. 그 안에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권력의 허상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담겨 있다.

     

    굿뉴스가 남긴 메시지와 넷플릭스 한국 영화의 미래

    영화를 보고 나면 제목의 의미가 다층적으로 다가온다. 굿뉴스는 표면적으로는 작전이 성공하여 인질들이 무사히 구조되었다는 좋은 소식을 의미한다. 하지만 동시에 뉴스가 되기 전의 이야기, 즉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밀 작전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거짓말 같은 그 뉴스라는 카피가 암시하듯,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무엇이 진짜 굿뉴스인지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영화는 때론 진실도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도 진실을 말한다는 대사를 통해 이 주제를 탐구한다.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영화는 이러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지만,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관객 스스로 판단하게 만든다. 변성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불한당에서는 조직의 권력 구조를, 킹메이커에서는 정치의 이면을, 길복순에서는 복수의 윤리를 다뤘다면, 굿뉴스에서는 국가와 개인의 관계, 그리고 역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탐구한다. 그의 영화는 항상 현실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지만, 동시에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다. 136분의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영화의 몰입도를 증명한다. 빠른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든다. 특히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펼쳐지는 비행기 착륙 시퀀스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물론 영화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일부 관객들은 블랙 코미디적 톤이 때로 무거운 주제와 충돌한다고 느낄 수 있다. 또한 복잡한 서사 구조 때문에 캐릭터 개개인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들은 영화가 가진 강점들에 비하면 사소한 편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굿뉴스는 한국 영화의 제작 환경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극장 개봉 대신 스트리밍 플랫폼을 선택한 이 영화는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동시에 공개되었다.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를 거치며 작품성을 검증받은 후 넷플릭스를 통해 대중을 만나는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한국 영화 차트 1위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변성현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설경구, 홍경, 류승범의 연기 앙상블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결론적으로 굿뉴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상상력, 블랙 코미디와 스릴러의 절묘한 조화,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수작이다. 단순히 오락적 재미를 넘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이 영화는 넷플릭스가 선보이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역사적 사건을 다루되 교과서적이지 않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되 지루하지 않으며, 상업적 재미를 추구하되 깊이를 잃지 않는다. 이러한 균형감각이 굿뉴스의 가장 큰 미덕이다. 주말에 볼 만한 영화를 찾는다면, 혹은 변성현 감독의 팬이라면, 또는 설경구와 홍경, 류승범의 연기를 기대한다면 굿뉴스는 확실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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