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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야당>포스터

    2025년 상반기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야당이 9월 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33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6년 만의 청불 영화 흥행 신화를 기록한 이 작품은, 마약 수사의 뒷거래를 다룬 범죄 액션 누아르다. 황병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이라는 실력파 배우들이 한데 모여 완성한 이 영화는 마약 브로커와 검사, 그리고 형사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중심으로 권력과 욕망, 배신과 속임수를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빠른 전개와 통쾌한 액션, 예측 불가능한 반전이 관객들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들었고, 입소문을 타며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극장 개봉 후 불과 4개월 만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극장에서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도 기회가 열렸다. 마약판 내부자들이라는 별명답게 현실감 넘치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 대결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청불 영화가 만든 이례적 흥행,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 야당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정치 영화로 오해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야당은 정치 용어가 아니라 마약 업계의 은어다. 마약사범들 중에서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 기관에 정보를 제공하는 범죄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오해를 의식했는지 영화가 방송에서 편성될 때는 제목 위에 정치 영화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붙기도 했다. 이 영화가 주목받은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소재의 참신함이다. 마약 영화는 이미 많이 다뤄진 장르지만, 야당이라는 시스템에 초점을 맞춘 작품은 드물었다. 수사 기관과 범죄자 사이의 거래, 그 회색지대에서 벌어지는 암투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두 번째는 화려한 캐스팅이다. 강하늘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어둡고 복잡한 캐릭터에 도전했고, 유해진은 출세욕에 가득 찬 검사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박해준은 집념의 형사 역으로 세 사람의 케미스트리를 완성시켰다. 세 배우 모두 각자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꼽을 만한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 번째는 속도감 있는 전개다. 122분의 러닝타임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오프닝부터 관객을 사로잡는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을 유지한다.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는 현장의 생생함, 추격 장면의 박진감, 심리전의 치밀함이 조화를 이루며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네 번째는 현실성이다. 영화는 과장되지 않은 선에서 마약 범죄의 실태를 보여준다. 화려한 액션보다는 실제로 일어날 법한 상황들을 묘사하며 사실감을 더한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이것이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영화는 4월 16일 개봉 첫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순항했다. 7일 연속 1위를 차지한 후에도 꺾이지 않는 흥행세를 보였고, 개봉 20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250만 명을 돌파했다. 최종적으로 33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25년 개봉 한국 영화 중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가 300만 명을 넘긴 것은 2019년 악인전 이후 6년 만의 기록이었다. 이는 영화의 완성도와 입소문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증명한다. 제작사는 서울의 봄을 만든 하이브미디어코프사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잡은 노하우가 이번 작품에도 녹아있다.

     

    세 남자의 욕망이 만들어낸 파국의 서사

    영화의 중심에는 세 명의 남자가 있다. 첫 번째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이강수다. 강하늘이 연기한 이 캐릭터는 영화의 화자이자 관객이 감정을 이입하는 대상이다. 그는 억울하게 마약 사건에 연루되어 옥살이를 하던 중, 검사 구관희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감형을 조건으로 야당이 되어 마약 조직에 침투하라는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던 강수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점차 마약판의 깊은 곳으로 빠져든다. 강하늘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요소 중 하나다. 극 초반 순진하고 억울한 청년의 모습에서 시작해, 점차 마약판의 생리를 터득하고 브로커로 성장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특히 상대에 따라 말투와 태도를 바꾸는 연기는 섬세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검사 앞에서는 비굴하게, 마약상 앞에서는 당당하게, 형사 앞에서는 교묘하게 행동하는 강수의 다면적 모습은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준다. 두 번째 인물은 야심 가득한 검사 구관희다. 유해진이 연기한 이 캐릭터는 정의보다 출세를 우선시하는 인물이다. 그는 강수를 이용해 큰 사건을 해결하고 승진 가도를 달린다. 관희에게 강수는 도구에 불과하다. 필요할 때는 보호해주지만, 위험해지면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존재다. 유해진은 이러한 냉혹한 캐릭터를 특유의 카리스마로 소화한다. 표정 하나, 눈빛 하나로 캐릭터의 욕망과 계산을 드러내는 그의 연기는 오랜 내공을 증명한다. 관희는 악인이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인물이다. 그는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협하고 계산한다. 이러한 면모는 관객들로 하여금 그를 단순히 악당으로만 보지 않게 만든다. 세 번째 인물은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다. 박해준이 연기한 상재는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집념의 소유자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계속 허탕을 치고, 그 뒤에 강수와 관희가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딸을 둔 아버지이기도 한 상재는 마약 범죄로부터 사회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가득 차 있다. 박해준은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따뜻한 아버지 역을 맡았는데, 이번에는 같은 아버지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거칠고 직설적이지만 신념이 있는 형사 캐릭터는 영화에 정의의 축을 제공한다. 이 세 사람의 관계는 영화 내내 변화한다. 처음에는 관희와 강수가 한 팀이고 상재가 그들을 쫓는 구도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균열이 생긴다. 관희는 점점 더 큰 욕심을 부리고, 강수는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상재는 집요하게 진실에 다가가며 세 사람의 관계를 흔든다. 이들의 심리전은 물리적인 액션만큼이나 박진감 넘친다. 영화는 또한 마약 범죄가 단순히 범죄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력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관희가 승진하기 위해서는 상부의 눈치를 봐야 하고, 때로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수사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이러한 설정은 영화에 현실감을 더하며, 단순한 장르물을 넘어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는다. 액션 장면도 훌륭하다. 과도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액션은 사실감을 더한다. 특히 중반부의 추격 장면과 후반부의 격투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스턴트와 액션 연출이 자연스럽게 서사에 녹아들어 있어 액션을 위한 액션이 아니라 이야기 전개에 필수적인 요소로 기능한다.

     

    야당이 남긴 것들과 넷플릭스 공개의 의미

    영화 야당은 한국 범죄 영화의 수작으로 기억될 만하다. 탄탄한 시나리오, 배우들의 열연,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조화를 이루며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특히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누지 않고, 각자의 상황과 동기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관객들은 강수에게 공감하면서도 그의 선택이 옳은지 의문을 갖게 되고, 관희를 비난하면서도 그의 논리를 이해하게 된다. 상재의 정의감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그의 고집이 때로는 위험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러한 복잡성이 영화를 단순한 오락물 이상으로 만든다. 8월에는 익스텐디드 컷이 개봉되기도 했다. 기존 122분에서 약 15분이 추가된 이 버전은 검사 구관희의 시점을 더 깊이 있게 다루며 새로운 서사를 제공했다. 관희의 권력욕과 몰락 과정이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지면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반판과 익스텐디드 컷을 합쳐 339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제치고 2025년 개봉 영화 흥행 2위에 올랐다. 물론 영화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일부 관객들은 후반부 전개가 다소 예측 가능하다고 지적했고, 마약 범죄를 다루는 과정에서 일부 장면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만큼 폭력과 약물 남용 장면이 구체적으로 묘사되는데, 이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들은 영화가 가진 강점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다.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는 영화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극장에서 청불 등급 때문에 보지 못했던 관객들, 개봉 시기를 놓친 관객들이 이제 편하게 집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9월 8일 공개 직후 넷플릭스 한국 영화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며 여전한 인기를 증명했다. 국내뿐 아니라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전 세계 지역에서 시청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범죄 영화의 수준을 알릴 기회가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엔딩이다. 모든 갈등이 폭발하는 클라이맥스를 지나 결말에 이르는 과정은 여운을 남긴다. 해피엔딩도 배드엔딩도 아닌 이 결말은 현실의 복잡함을 그대로 반영한다. 정의가 완전히 승리하지도, 악이 완전히 처벌받지도 않는 회색지대의 현실을 보여주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야당은 장르 영화의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수작이다. 빠른 전개와 통쾌한 액션을 원한다면, 배우들의 연기 대결을 보고 싶다면, 또는 현실감 있는 범죄 스릴러를 찾는다면 이 영화는 확실한 선택이 될 것이다.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 세 배우의 케미스트리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하다. 주말에 긴장감 넘치는 영화 한 편이 필요하다면 넷플릭스에서 야당을 재생해보기를 권한다. 122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하게 될 것이다. 다만 청불 등급의 이유가 있으니 시청 전 이 점을 고려하길 바란다. 영화는 폭력과 약물 관련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민감한 시청자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불필요한 선정성이 아니라 이야기 전개에 필수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야당은 2025년 한국 영화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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