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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타로>포스터

    2024년 6월 14일 극장 개봉 당시 1만 9천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던 영화 타로가 2025년 10월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자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냈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한국 영화 차트 2위에 진입했고, 이후 4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역주행 돌풍을 일으켰다. 최병길 감독이 연출하고 조여정, 고규필, 덱스 등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타로카드의 저주에 갇힌 사람들의 운명을 다룬 옴니버스 공포 미스터리다. 총 7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U+모바일tv 오리지널 시리즈를 3개 에피소드로 재구성한 영화판은 9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세 가지 섬뜩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조여정의 산타의 방문, 덱스의 버려주세요, 고규필의 고잉홈 각 에피소드는 독립적인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타로카드라는 공통된 주제로 연결된다. 극장에서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진가를 발휘한 이 작품은 OTT 시대 콘텐츠 소비 패턴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극장 실패에서 넷플릭스 흥행까지, 타로가 만든 역주행 스토리

    영화 타로의 여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다. 2024년 6월 극장 개봉 당시 이 작품은 제한적인 상영관 확보와 마케팅 부족으로 관객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세 이상 관람가라는 등급 제한도 흥행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최종 관객 수 1만 9천 명은 제작비와 투자를 회수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치였다. 하지만 영화의 작품성은 일찌감치 인정받고 있었다. 극장 개봉 전 드라마 버전의 한 에피소드인 산타의 방문이 2024년 3월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단편 경쟁 부문에 국내 최초로 초청되며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영화 버전 역시 개봉 전부터 해외 25개국에 선판매되는 성과를 냈다. 이는 한국 공포 영화에 대한 해외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극장 흥행 실패 후 약 1년 4개월이 지난 2025년 10월, 타로는 넷플릭스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공개 직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0월 12일 오전 11시 기준 넷플릭스 한국 영화 차트 2위에 진입했고, 이후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4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굿뉴스가 공개되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타로는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며 2위를 굳건히 지켰다. 이러한 역주행 흥행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는 콘텐츠 소비 패턴의 변화다. OTT 시대 관객들은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94분 내외의 콘텐츠를 선호한다. 극장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보기에는 부담스러웠던 작품이 넷플릭스에서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된 것이다. 둘째는 옴니버스 구성의 장점이다. 세 개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된 타로는 시청자들에게 선택의 재미를 준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다른 에피소드를 기대하며 계속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완결성 있는 단편을 선호하는 현대 관객들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졌다. 셋째는 캐스팅의 힘이다. 조여정은 기생충으로 전 세계적 인지도를 얻은 배우이며, 덱스는 솔로지옥4를 통해 젊은 층에게 강한 팬덤을 형성했다. 고규필 역시 탄탄한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다. 이들의 조합은 다양한 연령대와 취향의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넷째는 공포 장르에 대한 수요 증가다. 최근 한국 공포 영화는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귀신 이야기를 넘어 심리적 공포와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한 작품들이 호평받으면서, 타로 같은 장르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마지막으로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이 역할을 했다. 공포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용자들에게 타로가 적극적으로 추천되면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졌다.

     

    세 개의 에피소드, 세 가지 공포의 형태

    영화 타로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에피소드는 서로 다른 감독이 연출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산타의 방문은 조여정이 주연을 맡았다. 크리스마스이브 밤, 한 여성은 집에 혼자 남아 있다. 그녀는 과거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날 밤 타로카드가 예언한 운명과 마주하게 된다. 이 에피소드는 심리적 공포에 집중한다. 직접적인 괴물이나 귀신이 등장하는 대신, 주인공의 내면에 도사린 불안과 죄의식이 공포를 만들어낸다. 조여정은 섬세한 표정 연기로 공포 속에서도 리얼리티를 잃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다.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된 이 에피소드는 영화의 가장 완성도 높은 부분으로 평가받는다. 크리스마스라는 배경과 산타라는 소재를 공포와 결합시킨 설정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장르적 장치로 기능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버려주세요는 덱스가 주연을 맡았다. 방송인으로 유명한 덱스는 이 작품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자로 데뷔했다. 그의 역할은 반려동물과 관련된 충격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인물이다. 이 에피소드는 세 편 중 가장 자극적이고 고어한 장면을 포함하고 있어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바로 그 과감함이 장르 팬들에게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덱스는 첫 연기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자연스러운 연기와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이 에피소드는 인간의 이기심과 그에 따른 대가를 직설적으로 다루며,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세 번째 에피소드인 고잉홈은 고규필이 주연을 맡았다. 귀가 길에 이상한 경험을 하는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이 에피소드는 일상 속 공포를 다룬다. 평범한 퇴근길이 점차 악몽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불안을 자극한다. 고규필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의 연기는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캐릭터의 혼란과 공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 에피소드는 반전과 상징성으로 여운을 남기며, 세 편 중 가장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다. 세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타로카드다. 각 인물은 타로카드를 선택하거나 접하게 되고, 그 카드가 예언한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타로카드를 저주의 도구로만 그리지 않는다. 시나리오를 쓴 경민선 작가는 타로카드가 저주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각 인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상상하며 보면 더 깊이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병길 감독도 타로는 역방향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카드라며 다층적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러한 접근은 영화를 단순한 공포물이 아닌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작품으로 만든다. 연출적으로도 세 편은 각각의 개성을 지니면서도 통일성을 유지한다. 조명과 색감 사용이 뛰어나며, 특히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공포의 순간들은 시각적 쾌감을 준다. 음향 디자인도 탁월하다. 갑작스러운 큰 소리로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보다는 지속적인 불안감을 조성하는 사운드가 관객의 긴장을 유지시킨다.

     

    타로가 증명한 것들과 한국 공포 영화의 가능성

    타로의 성공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극장 흥행 실패가 곧 작품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OTT 시대에는 콘텐츠가 재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극장에서 주목받지 못한 작품이라도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다. 타로는 이러한 가능성을 증명한 대표적 사례다. 둘째, 한국 공포 영화의 경쟁력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한국 공포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타로가 해외 25개국에 선판매되고,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된 것은 한국 장르 영화의 작품성이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심리적 공포와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하는 한국 공포 영화의 특징은 글로벌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다. 셋째, 짧고 강렬한 콘텐츠의 힘이다. 94분이라는 러닝타임은 현대 관객들에게 부담 없는 길이다. 특히 옴니버스 형식은 집중력을 유지하기 쉽고, 각 에피소드마다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제공한다. 이는 긴 시리즈를 끝까지 보기 부담스러워하는 시청자들에게 적합하다. 넷플릭스 공개 이후 타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드라마 전체 버전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극장판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4개 에피소드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면서,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에 대한 문의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영화가 시리즈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한 셈이다. 물론 영화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일부 관객들은 버려주세요 에피소드의 자극적인 장면에 불편함을 느꼈고, 세 편의 완성도가 균일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각 에피소드 간 연결성이 약해 산만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들은 옴니버스 형식이 가진 특성이기도 하다. 모든 에피소드가 모든 사람의 취향에 맞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최소한 한 편 이상의 에피소드에서 시청자가 공감하거나 만족을 느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타로는 이 점에서 성공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영화가 공포를 다루는 방식이다. 단순히 놀라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내면과 선택, 그에 따른 결과를 진지하게 탐구한다. 각 인물이 타로카드를 통해 마주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욕망과 두려움이다. 카드는 그것을 드러내는 거울일 뿐이다. 타로는 공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이다. 특히 심리적 공포와 상징적 서사를 선호한다면 더욱 그렇다. 조여정, 고규필, 덱스 각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세 가지 이야기는 94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다만 고어하고 자극적인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러한 요소에 민감한 시청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넷플릭스를 통한 타로의 역주행 흥행은 한국 영화계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극장 개봉만이 영화의 유일한 출구가 아니며,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작품이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장르 영화나 실험적 작품들에게 OTT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타로의 성공 스토리는 앞으로도 많은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주말 저녁, 소름 돋는 공포 영화가 필요하다면 넷플릭스에서 타로를 재생해보기를 권한다. 단, 불을 끄고 혼자 보기에는 조금 무서울 수 있으니 그 점은 감안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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